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년 최악의 매출을 기록한 H M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은 이제 미국 전통 산업을 무지막지하게 파괴하는 대표적 테크기업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마존의 다음 희생양으로 일컬어지는 의류 산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20년 최악의 매출을 기록한 H&M 
스웨덴의 의류회사 H&M은 그동안 하이엔드 상품인 런웨이 디자이너들의 트렌디한 옷들을 재빨리 흉내 내어 저가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전략(즉 패스트 패션)으로 큰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특히 H&M은 스타벅스나 맥도널드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매출을 늘리는 성장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그 결과 20년전에는 500개에 불과했던 H&M 매장이 현재는 4,700개에 달하면서 매출은 11배나 성장한 246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H&M의 신규 점포 증가 추이는 경쟁 업체인 Zara를 소유한 스페인 Inditex를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H&M은 2018년 1분기 순이익이 60%나 줄어들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영업마진의 오랜 하락세를 볼 때 H&M의 곤경은 단기간에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2011년부터 Inditex에 비해서도 낮은 영업마진은 그동안 신규 점포 오픈이 수익성을 희생으로 한 무리한 확장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2018년 1분기 H&M은 20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 감소를 겪게 되었고 그 여파로 H&M의 주가는 급락하면서 170개의 매장을 폐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H&M 실적 충격은 비단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닌 의류 산업 전체의 문제라고 합니다.  

의류 산업의 볼드모트가 된 아마존 
무엇보다 이미 도서, 영화, 상품 판매, 식료품, 건강 산업 등에 있어서 그 존재감을 유감 없이 보였던 아마존이 의류 산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면서 의류 산업을 점점 코너로 몰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 대량학살자 아마존: 아마존 뉴스 이후 주가 하락을 경험한 업종들 
* 아마존 시가총액 순위 추이
하지만 아마존의 의류 산업 진출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직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의류 상품들은 속옷이나 양말 또는 티셔츠 같은 기초 의류들로 디자이너 옷들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입니다. 옷 구매자들은 직접 매장에 가서 둘러보고 옷을 입어 보는 체험형 쇼핑에 익숙한데 온라인에서 이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 아마존 의류 상품 중 베스트셀러 50개: 남녀 속옷이 가장 잘 팔림
그러나 FT가 취재한 전직 아마존 패션 중역 Elaine Kwon에 따르면 이러한 취향은 변하고 있답니다. 이미 아마존은 2018년 메이시 백화점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큰 의류 판매업자가 될 전망입니다. 2020년에는 아마존 의류 매출이 450~84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 미국내 의류 매출 비교 
과거 의류 브랜드들은 아마존과 같이 일한다는 것을 대중이 알기 꺼릴 정도였으나 주로 의존했던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힘의 균형이 아마존으로 기울었다고 합니다. 특히 나이키는 경쟁사인 아디다스가 아마존에 상품을 판매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아마존을 피해왔지만 결국 아마존에 조인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third party에 의한 나이키 아마존 재판매가 있기는 했습니다. 아마존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자체 브랜드(private-label)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자체 브랜드인 Amazon Essentials는 대표 상품인 남자 폴로 셔츠를 12달러에 판매하고 있으며 Lark & Ro가 파는 상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은 여성용 스쿠버 가죽 자켓으로 199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전문가 영입에도 애를 쓰고 있는데 2017년 6월 빅토리아 시크릿의 CEO였던 Christine Beauchamp를 패션 담당 회장으로 영입하였고 보그의 PR 담당 헤드였던 Megan Salt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헤드로 스카웃했습니다. 아마존의 의류 산업 진출은 점점 가속도를 내고 있는데 특히 아마존은 다른 경쟁 의류업체와 달리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언제 구입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한 의류회사 중역의 말처럼 아마존은 의류 산업의 볼드모트라고 불리는 게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의류 산업의 진짜 살인자는 스티브 잡스일지도...

그런데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 의류 산업의 위기는 아마존 때문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의류 산업의 성장 전망이 낮으며 이런 현상은 수십년째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의 지출 중 옷 구입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는데 1977년 미국 가구 지출 중 의류비는 6.2%였으나 2016년에는 3.1%(1,803 달러)로 감소한 상황입니다. 이제 미국인은 18%나 늘어난 여행 및 외식 등 경험 지출을 위해 옷 구매를 줄였으며 급기야 데이터 요금 및 미디어 컨텐츠 등 테크놀로지 지출 비중 3.4%에도 추월을 허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이렇게 미국인들의 의류 구입 비중이 하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 첫째, 더 이상 미국인들은 장소에 따라 여러 벌의 옷을 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컬러들은 주중에 정장과 타이가 필요했고 주름이 빳빳한 바지나 롱 스커트를 입고 힐을 신어야 했는데 1990년대 초부터 변화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초는 알 수없으나 실리콘밸리 테크회사들이 카키색 일색의 비즈니스-캐주얼을 주도한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  실리콘밸리의 복장 파괴는 점차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금요일에는 캐주얼한 복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월요일도 금요일처럼 캐주얼하게 입고 다닌다고 합니다.
지난 5년만 봐도 고용주 중 캐주얼 복장을 주중에 허가한 비율이 10%p나 증가하였고 드라이클리닝 업소의 매출 하락세를 봐도 정장을 기피하는 추세가 명확해 보입니다.  
잡스가 주도한 근무복 혁명은 주중과 주말 복장의 구분을 사라지게 만들면서 결국 한가지 옷만 필요한 미국인들을 크게 늘렸다고 합니다. 넥타이는 이제 금융업에서조차 사라지고 있으며 결혼식이나 예배시간에도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서베이에 의하면 미국인 절반이 직장에 진을 입고 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의류 산업에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패션이 바뀌어도 새 옷을 장만하려 들지 않으며, 과거에는 근무복과 주말 복장으로 두벌 장만하던 것도 하나로 줄어드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둘째, 옷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H&M이 자초한 일이기도 한데 저임금을 찾아서 생산 기지를 계속 옮기다 보니 옷 가격은 최근 들어 계속 하락 추세입니다.  남자용 리바이스 501 오리지널 핏 진의 가격은 2009년 58 달러에서 2012년 64달러까지 올랐으나 2017년에는 다시 59.5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월마트나 타겟 같은 대형 리테일 회사뿐만 아니라 런웨이 제품을 35 달러나 남자 진을 25달러에 선보이는 H&M의 필사적 비용 절감 노력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셋째, 소셜미디어의 스타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동안 패션 산업은 사람들의 의상을 그동안 좌지우지해 왔다고 합니다. 특히 리테일러, 잡지,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은 패션의 킹메이커가 되어 한 시즌의 트렌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였으며 일반인들은 이를 단순히 추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자 주도 경제체제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상황을 주도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온라인 스타들의 옷차림과 라이프 스타일이 대중에게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들이 고가 브랜드에게 충성하는 편도 아니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전통적 의류 산업의 쇠퇴가 꼭 아마존 때문만은 아니며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어 온 것과 저가 의류의 범람 그리고 유행 선도자의 교체가 근저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류 산업의 쇠퇴로 인한 수요 하락은 전통적 의류 업자뿐만 아니라 파괴적 혁신을 부르짖는 e-commerce 업자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한때 주목을 끌었던 온라인 의류 업체 NastyGal은 2017년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덧붙여서, 막대한 재고와 스웨덴 친환경 발전의 묘한 관계

2018년 1분기 H&M은 기록적인 실적 악화에 더하여 43억 달러에 달하는 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며 점포를 계속 늘려왔으나 H&M의 목줄을 죄는 것은 아마존의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취향으로 늘어나는 재고 상품 처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말 H&M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친환경 발전을 위해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는 석탄 대신 다른 원료를 더 태우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친환경 발전 원료 중에는 H&M의 옷들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H&M은 멀쩡한 옷을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였으나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특히 화재 사건으로 1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희생된 방글라데시를 포함하여)가 만든 H&M의 엄청난 재고 옷들은 의류 산업의 쇠락 속에 어쩌면 친환경 발전 연료로 생을 마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봄의풍경

봄의 풍경 주연/정희정  연색을 물들이는 지천으로  뾰쪽뾰쪽한 버들가지 눈망울  초록의 눈은초롱초롱

모든일에 소중함

어떤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고     무슨일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무너지게 되고   작은일에 신경쓰지 않으면 큰 것을 놓치게 되고    소중한 일에   감사하지 않으면 많은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